이종근

"침묵하지 말자!"소리내어 전하자.

8. 지금의 나의 생각

93세가 된 지금, 체력도 기억력도 하루가 다르게 쇠퇴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1])최근에는 제가 증언한다고 해서 뭔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또 제 원폭피해 체험에 공감을 바라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핵무기 폐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많은 원폭피해자가 열심히 핵무기 반대를 호소해 왔지만, 세계 핵무기 현황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올해(2021년) 1월에 핵무기 금지조약이 50여 개국에서 추진해 왔습니다만, 핵무기 보유국은 전혀 참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핵무기 중 앞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을는지요. 암울할 뿐입니다. 핵무기는 그 어떤 무기보다 비인도적인 병기입니다. 이러한 병기를 사람의 머리 위에서 떨어뜨리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젊은이들이 원폭피해자 전승자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동해 나가는 것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저도 체력이 다할 때까지 증언을 계속할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받은 티셔츠에 쓰여 있듯이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 앞에서 증언할 때, 항상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한 친절한 행동은 잊더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친절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원폭피해 후, 몇 개월간 화상 때문에 고름이 흘러내리고 구더기가 생겼습니다. 빨간 소독약을 발라도 좀처럼 낫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저를 보는 것이 너무 속상해서 “죽어라!”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실 정도였습니다. 그때, 일본인 아주머니 한 분께서 유채씨기름을 가져다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화상이 아물어 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분의 이름과 주소를 물어보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됩니다. 그분의 묘에 찾아가서 꽃이라도 올리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는 전쟁에 나가서 많은 사람을 살생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른이 되더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어른이 되지는 마십시오.”라고 말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여러분들의 책임입니다.

(*[1]) <지금의 나의 생각>을 말씀하신 같은 해(2022년) 7월 30일, 명년 만 93세로 자택에서 서거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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